경제학을 전공한 쟁쟁한 국내학자 8인이 박정희 경제신화 해부에 나섰다. 그들은 소총을 분해하듯 박정희 신화의 부품들을 하나하나 떼어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함세웅 신부는 발간사에서 “이 책이 친일 매국과 독재 체제가 형성한 온갖 부정과 불법을 송두리째 타파하는 변혁의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전태일 열사와 같은 노동자의 희생 없이 어찌 고도성장이 가능했겠느냐”라며 박정희 혼자서 그 공을 차지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박정희는 재벌과 비대한 토건 부문을 특징으로 하는 산업과 정부 통제 아래 이들 부문에 자금을 지원하는 관치 금융이란 왜곡된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는 결국 재벌-토건-경제 관료를 축으로 하는 3각 특권 성장동맹을 낳았고, 이 동맹은 성장지상주의 이데올로기를 한국 사회에 전파하며 지배력을 강화해왔다. 박정희 향수란 바로 이 성장 이데올로기의 한 표현이다. 박정희 경제는 언젠가는 운명적으로 환란과 같은 파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였다는 것이 유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많은 사람이 말한다. 대한민국이 가난을 면한 것은 오로지 박정희 덕분이라고. 뇌보다 강한 것이 위(밥통)라고 했던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배고픈 설움을 뼈저리게 경험한 나이든 세대일수록 이 말을 거의 신앙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다. 이 믿음 아닌 믿음은 지금도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정희식으로 머리를 깎고 성장제일주의(747공약)를 부르짖으며 집권해 4대강 토목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바로 ‘박정희 신화’라는 단단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 믿음이 얼마나 강하던지 박정희 군부 독재 치하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들 가운데서도 ‘박정희가 경제만큼은 잘 했다’고 머리를 끄덕이는 사람이 적지 않은 지경이다. ‘하면 된다’는 매우 불온한 경구로 포장된 박정희 신화는 역사 바로 잡기, 민주, 도덕성, 인권, 청렴과 같은 가치에 재를 뿌리는 악의에 찬 힘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 대한민국의 오래된 ‘신흥종교’는 한 번도 제대로 검증된 일이 없다.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엄청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면서도 밝은 곳으로 끌려 나와 정체를 드러낸 일이 없다.
모두 경제학을 전공한 쟁쟁한 국내학자 8인이 박정희 경제신화 해부에 나섰다. 그들은 소총을 분해하듯 박정희 신화의 부품들을 하나하나 떼어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다. 그들의 야심에 찬 작업을 모은 책이 바로 <박정희의 맨얼굴>이다. ‘8인의 학자, 박정희 경제 신화 화장을 지우다’라는 부제가 붙었다. 200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30주기에 즈음해 ‘10·26 재평가와 김재규 장군 명예회복 추진위원회’(이사장 함세웅)가 지원해 한국경제정책연구회에서 과제를 수행했다. 1차 연구 결과는 2009년 11월9일 열린 ‘박정희 시대 바른 평가를 위한 학술대회’에서 발표됐으며, 그 뒤 계속 보강 연구를 진행하고 두 명의 학자 원고를 더 보태 이번에 책으로 발간하게 된 것이다. 함세웅 신부는 발간사에서 “이 책이 친일 매국과 독재 체제가 형성한 온갖 부정과 불법을 송두리째 타파하는 변혁의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전태일 열사와 같은 노동자의 희생 없이 어찌 고도성장이 가능했겠느냐”라며 박정희 혼자서 그 공을 차지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모든 논문의 편집 책임을 맡은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객관적이고 엄정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유 교수에 따르면 박정희는 재벌과 비대한 토건 부문을 특징으로 하는 산업과 정부 통제 아래 이들 부문에 자금을 지원하는 관치 금융이란 왜곡된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는 결국 재벌-토건-경제 관료를 축으로 하는 3각 특권 성장동맹을 낳았고, 이 동맹은 성장지상주의 이데올로기를 한국 사회에 전파하며 지배력을 강화해왔다. 박정희 향수란 바로 이 성장 이데올로기의 한 표현이다. 박정희 경제는 언젠가는 운명적으로 환란과 같은 파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경제였다는 것이 유 교수가 내린 결론이다.
유 교수뿐만 아니라 다른 교수 7명이 매긴 성적도 그리 후하지는 않다. 그들에 따르면 박정희 경제는 후대에 부담을 안기는, 한계가 분명한 구조였다. 땅값과 물가를 폭등시키면서 조급하게 추진됐고(이정우), 특정 계층 즉 재벌과 결탁한 방식의 통제 체제를 만들었고(박헌주), 금융의 재정화 과정을 통해 관치금융을 구조화했으며(김상조), 초기에는 산업정책이 상당한 성과를 냈으나 정권 말기에는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박섭),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위해 억압적 정책을 실시하고 일상적 노사 개입을 강행했으며(윤진호), 농업을 압축 쇠퇴시켰고(조석곤), 기업의 이해가 과도하게 반영돼 복지가 도외시됐다(신동면)는 것이다. 보수 언론이 수 십 년간 덧칠해온 두터운 화장을 지우자 드러난 박정희 경제의 맨얼굴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오늘날 한국 경제가 안은 복잡하고도 어려운 문제들의 뿌리를 더듬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우리가 지금 밥술이나 먹고 사는 것은 오로지 박정희 덕분이란 말을 들으면 영 의심스럽거나 화가 막 치미는 이들에게도 강추다. 정색을 한 토론회 석상에서건 술자리에서건 성장지상주의자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밥술이나 먹게 된 것은 오로지 박정희 덕분이라는 말을 들으면 믿어지지 않거나, 화가 치미는 이들을 위한 책!
전태일 열사가 “나도 인간이다”라고 외치며 분신자살한 비극은 당시 노동자의 비참했던 실정을 웅변한다. 이들 노동자의 희생 없이 어찌 고도성장이 가능했겠는가. 박정희 혼자 그 공을 차지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의 <추천사> 중에서
양극화와 재벌 독주는 박정희의 유산
오늘의 심각한 사회문제인 양극화와 재벌의 독주, 그리고 경제의 불평등은 바로 박정희 개발독재의 산물입니다. 독재자는 늘 자신을 지지하고 협력하는 세력만을 구축합니다 (…) 이런 단순한 사실을 왜곡하는 이들은 박정희의 아류입니다.
민족을 배반하고 일본에 아부하여 부와 권력을 유지했으면 친일매국노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고 감옥에 가두었으면 반민주 독재자일 뿐입니다. 반민족적이며 반민주적인 행위는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이 명백한 사실을 감추려는 것은 새로운 유형의 친일매국이며 독재를 옹호하는 반민주 죄악입니다.
– 함세웅 신부의 <발간사> 중에서
미국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박사
현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민주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위원장, 경제개혁연대 자문위원, 동북아경제중심 추진위원회 위원이다. 《위기의 경제》, 《한국경제 새판짜기》(공저), 《Democracy, Market Economics and Development》(편저), 《Capital, the State and Labour》(편저) 등의 저서와 〈Political Economy of the Reform Imbalance: Origins and Implications〉, 〈South Korea: Economic and Social Consequences of Globalization〉, 〈Income Distribution and Growth in East Asia〉 등 다수의 논문을 썼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박사
현재 경북대학교 교수이며 한국 경제발전학회 명예회장, 노무현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역임했다. 《대한민국 복지》, 《노무현이 꿈꾼 나라》 등의 저서와 다수의 논문을 썼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 정치학 박사
현재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이며,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 및 KDI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Diseased Dirigisme: The Political Sources of Financial Policy toward Small Business in Korea, Recasting Russia in Northeast Asia》 등의 저서와 《Revisiting the Link between Inequality and Growth: The Korean Experience》, 《Paradigms and Fallacies: Rethinking Northeast Asian Security and Its Implications for the Korean Peninsula》, 《Small Business’ Place in the South Korean State-Society Relations》 등의 논문을 썼다.
서울대학교 경제학 박사
현재 한성대학교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이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 노사정위원회 공익책임전문위원을 역임했다. 《한국경제 새판짜기》(공저), 《재벌과 금융: 그 진정한 개혁을 위하여》 등의 저서와 <재벌 중심 체제의 한계: 경제력 집중 심화 및 폐쇄적 지배구조의 폐해와 극복 방안>, <공적자금의 조성, 투입, 사후관리 체계>, <1986-2006년간 한국의 200대 기업의 동태적 변화> 등의 논문을 썼다.
일본 쿄토 대학교 경제학 박사
현재 인제대학교 교수이다. 《근대 동아시아 경제의 역사적 구조》(편저), 《부산의 기업과 기업가단체, 1900-45》(편저), 《中韓區域經濟發展與農村城鎭化硏究》(편저) 등의 저서와 <근대경제에 대한 한국인의 적응: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까지>, 〈Cooperation between business associations and the government in the Korean cotton industry, 1950-70〉 등의 논문을 썼다.
서울대학교 경제학 박사
현재 인하대학교 경상대 경제학부 교수이자 인하대학교 경상대학 학장이며, 국무총리실 실업대책위원회 자문위원, 한국산업노동학회 부회장,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운영위원장을 역임했다. <빈곤의 악순환>, <도시 빈민의 실패> 등의 논문과 다수의 저서를 썼다.
서울대학교 경제학 박사
현재 상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다. 《한국근대토지제도의 형성》, 《4월혁명과 한국민주주의》(공저), <식민지 근대화론 연구 성과의 비판적 수용을 위한 제언>, <1960년대 농업구조개혁 논의와 그 함의>, <1970년 전후 제시된 한국경제발전론 비교 검토> 등의 저서와 논문을 썼다.
영국 바쓰 대학교 사회정책학 박사
현재 경희대학교 교수이며, 한국정책학회 연구이사,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 연구위원장을 역임했다. 《Social and Economic Policies in Korea: Networks, Ideas and Linkages》, 《사회양극화 극복을 위한 사회정책 구상》(편저), <동아시아 국가의 공공부조> 등의 저서와 논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