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고 걸은 만큼 사랑한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라는 시구는 이제 이렇게 수정돼야 할지도 모른다. “걷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라고.
걷기의 매력에 눈을 뜬 사람이 많아지면서 섬을 찾는이 또한 늘고 있다. 호사취미에서만은 아니다. 국내에 있는 유인도(有人島) 500여 곳을 모두 걷겠다는 서원을 세운 뒤 섬을 순례 중인 강제윤 시인은 “아직까지 섬 길의 주인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일부러 돈들여 길을 낼 필요 없이 옛 사람들이 오가던 길을 그대로 간직한 섬이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규모가 작은 섬에는 차가 없는 경우도 많다. 도로나 차를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걷는 데만 집중할 수 있는 경험은 도시인에게 그 자체로 소중하다.
섬은 또 때묻지 않은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청정 휴식처이기도 하다. 방금 채취한 톳이나 제철 나물로 차려진 밥상은 고스란히 약이 될 것만 같다. 섬사람들의 삶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것 또한 걷기의 매력이다. 그러나오늘날 섬은 위기에 처해 있다. 다리가 놓이면서 육지와 연결되는 섬이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리가 놓이지 않더라도 개발업자들이 들어가 분탕을 치면서 육지와 비슷한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섬도 적지 않다. 이러다가는 많은 이들의 우려대로, 우리가 정말 섬의 원형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시사IN>이 섬 단행본을 준비한 것은 그래서다. 아는 만큼 보이고 걸은 만큼 사랑하게 되는 법. 걷기 좋은 섬 25곳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