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면서, 도시를 그리워했다.
빌딩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자동차 행렬이 땅을 뒤덮은 ‘메트로폴리스’ 말고, 쇼핑센터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최신 유행의 ‘섹스앤더시티’ 말고. 오래된 옛것들이 짙은 역사의 향기를 품고 있는 곳, 낮은 담벼락 아래 난 골목을 따라 동네 한 바퀴 걸을 수 있는 곳. 그런 도시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근대문화유산 도시여행>이라는 작은 책을 만들었다. 도시 속에서 오래된 것들을 더듬는 여정이 곧 그런 도시의 속살과 마주하는 지름길이라 여겼다. 2013년 9월 현재 전국 579개에 달하는 문화재청 등록 근대문화유산이 작은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근대문화유산은 단서에 지나지 않는다. ‘생겨난 지 50년 이상 된 것 중 역사·문 화적으로 가치 있는 것’이 문화재청이 규정한 근대문화유산의 개념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업데이트 중이면서 꼭 그만큼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우리 곁의 무엇’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수학여행 다니듯 등록문화재 리스트를 ‘섭렵’하는 여행은 권하고 싶지 않다.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여행에서 필요한 것은 우리의 감수성인지도 모른다. 예컨대 태백 철암에서는, 웅장한 선탄시설 대신 몇 채 남지 않은 까치발 건물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누군가는 인천 달동네 골목 벽화에서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부산어묵의 생성 과정을 따라가는 길이 곧 근대문화유산을 답사하는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청명한 가을날, 이곳에 소개된 거리와 골목에서 자신만의 문화 유산을 상속받으시길, 그리하여 나만의 ‘솔 시티(soul city)’를 찾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