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기자가 묻고 교육감이 답하다
김은남 기자가 김상곤 교육감을 만나 김상곤 체제에서 아이들은 행복해진 것 맞느냐고, 앞으로 학부모 부담은 정말 줄어들 수 있느냐고 ‘고문’한 기록이다. 김상곤 교육감은 전국의 학부모를 대한다는 생각으로 김은남 기자의 어떤 까다로운 질문에도 열과 성을 다해 답했다.
따라서 이 책에는 역사 교과서 파동에서 드러나듯 박근혜 정부 들어와 점점 더 퇴행하는 교육정책에 대한 고뇌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교육혁신을 추진하며 얻게 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한 미래형 복지국가 구상에 이르기까지 김상곤의 크고 작은 비전과 고통이 오롯이 담겼다.
저자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경기도 교육 혁신 모델은 김상곤이라는 독특한 리더십과 결합했기에 괄목할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에 책 말미에 ‘김상곤의 삶과 꿈’을 따로 다뤘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가슴 졸이는 모든 학부모들이 이 책을 읽으며 ‘다른 교육은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에서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만나서 속을 터 넣고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 인물이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그는 보수 진영의 십자포화 속에서도 현장에서 묵묵히 5년 넘게 교육혁신을 실천하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조차 우리 교육 풍토 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지 못했던 무상급식·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를 밀어 붙여 아이들이 숨쉴 수 있게 만들었다. 그는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놓고 갑론을박할 때마다 뚜벅뚜벅 자기 길을 걸어가며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이 바로 민생이며, 복지이고, 사교육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는 대한민국 모든 학부모의 노후 대책이라고 일갈해왔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학교에 가고 싶어 몸살을 앓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교사들이 학교와 부모, 지긋지긋하게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탓하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 대신 세계 최고 수준의 자질을 살려 밤낮없이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까만 즐겁게 고민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와 학교와 시민, 결국 우리 모두는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해야만 할까. 자녀의 행복과 사회의 안녕을 바라는 모든 학부모는 아마도 이런 것을 김상곤 교육감에게 묻고 싶을 것이다.
이런 학부모들을 대신해 오랜 동안 교육현장을 취재해왔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말 안듣는 두 아들을 둔 엄마 기자 김은남이 나섰다. <교육이 민생이다>는 저자인 김은남 기자가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다섯 시간씩 총 여섯 차례에 걸쳐 김상곤 교육감을 만나 김상곤 체제에서 아이들은 행복해진 것 맞느냐고, 앞으로 학부모 부담은 정말 줄어들 수 있느냐고 ‘고문’한 기록이다. 김교육감은 전국의 학부모를 대한다는 생각으로 김은남 기자의 어떤 까다로운 질문에도 열과 성을 다해 답했다. 따라서 이 책에는 역사 교과서 파동에서 드러나듯 박근혜 정부 들어와 점점 더 퇴행하는 교육정책에 대한 고뇌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교육혁신을 추 진하며 얻게 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한 미래형 복지국가 구상에 이르기까지 김상곤의 크고 작은 비전과 고통이 오롯이 담겼다.
저자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경기도 교육 혁신 모델은 김상곤이라는 독특한 리더십과 결합했기에 괄목할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에 책 말미에 ‘김상곤의 삶과 꿈’을 따로 다뤘다.
저자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가슴 졸이는 모든 학부모들이 이 책을 읽으며 ‘다른 교육은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1949년 12월 5일 태어났다. 경영학을 공부해 박사를 마쳤다. 1983년부터 대학 교수로 일하면서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지식인 운동을 해 왔다. 2009년 5월, 초대 주민직선 경기도교육감에 당선했고, 2010년 6월 치러진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재선되었다. ‘보편복지’와 ‘혁신교육’이라는 정공법으로 한국 공교육 개혁을 풀어내고 있다. 시장화·양극화로 치달아 온 무한 경쟁 교육의 오래된 고통에서 벗어나는, 협력과 복지에 기반한 대한민국 교육의 새 틀을 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저서(공저 포함)로는 <김상곤의 교육편지> <김상곤, 행복한 학교 유쾌한 교육 혁신을 말하다> <더불어 행복한 민주공화국> <경제학자, 교육혁신을 말하다> 등이 있다.
1967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아버지가 사다준 <소년중앙>을 읽으며 잡지라는 매체의 매력에 눈을 떴다. 대학 졸업 후 <시사저널>에서 시사지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기자라는 직업의 사회적 소명에 대해 제대로 눈뜬 것은 2007년 <시사IN>을 창간하는 작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시사IN> 3대 편집국장을 지냈고, 지금은 사회팀 선임기자로서 다시 취재 현장에서 헤매는 중이다. 중학생·초등학생 두 아들을 둔 자칭타칭 ‘방임형 엄마’이기도 하다.
김은남 : 박근혜 정부 들어 더 큰 문제는 이념 편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보수-진보 편 가르기도 심각합니다(중략). 2014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교육계의 이 같은 이념 논쟁이 더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김상곤 : 교육 문제는 이념적으로 접근해서도 안 되고, 접근할 필요도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상급식에 좌파 딱지 붙이는 사람들 얘기를 하셨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주장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책은 보수·진보로 딱 부러지게 나뉘는 것이 아니니까요. 무상급식만 해도 이미 전국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되지 않았습니까? 물론 재정 형편에 따라 완급을 조절할 필요는 있겠지만 보편적 복지라는 방향 자체가 옳았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보편적 생각’이고 ‘보편적 정책’이었기에 여야를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수용될 수 있었 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p.271)
김은남 : 영미식 교육개혁과 대비되는 모델로 북유럽식 교육 개혁 모델이 많이 거론됩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핀란드식 개혁 모델로 알려져 있기도 하고요. 앞으로 한국 교육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김상곤 : 5·31 교육 개혁안 이후 추진된 영미식 교육 개혁 모델은 시장중심적인 경쟁과 효율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점에서 그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교육의 공공성을 되살리는 한편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지닌 인재를 길러내는 방향으로 교육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중략) 우리 교육이 미래교육, 선진교육, 행복교육으로 나아 가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보수나 진보나 다 같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부 또한 정책 방향 자체는 이렇게 제시하고 있으니까요. (p.272~273)
김은남 : 역대 정권은 끊임없이 교육 개혁을 시도하곤 했습니다. 그중에서 특별히 평가하는 정책이 있습니까? 김상곤 :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도입한 평준화 정책,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명문화한 대입 3불 정책(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금지)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들 정책이 있었기에 그나마 한국 교육의 공공성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중략) 저는 박정희 정부가 중학교 무시험 전형이나 고교 평준화를 시행한 것은 상당히 과감한 결단이었다고 봅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 대학입시를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여기면서 입시 없는 대학 진학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고교 진학이 그랬습니다. 고교 입시가 없어진다는 걸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거죠. 저는 당시의 고교 입시나 지금의 대학 입시나 진학의 한 방식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가장 획일적이고 관료적이면서 비교육적인 나쁜 방식이라고요. (p.37~38)
김은남 : 역사에 대한 이 정부의 관심은 유별난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 때도 금성 출판사에서 나온 역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이른바 좌편향 논란이 불거졌는데, 왜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보시나요? 김상곤 : 보수 세력이 본인들의 공간을 확장하면서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라나는 학생들의 교과서 문제에까지 직접적으로 개입하려 든 것이 문제의 발단이겠죠. 한국뿐 아니라 세계사를 봐도 극우·극좌가 판을 칠때 꼭 역사 문제가 등장합니다. 극우나 극좌나 정통성에 대한 자기 불안이 있다 보니 역사 문제에 집착하게 되고, 이것이 역사 교과서 문제 등으로 불거지게 되는 것이죠. (중략) 그간 우리 사회가 민주화를 겪으며 극우가 설 자리는 거의 없어졌다고 여겼는데, 이들이 다시 자기 공간을 마련할 여지가 생기면서 일부러 역사 교과서 분쟁을 불러일 으키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p.65~67)
김은남 :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임기 내에 자율형 사립고 100곳을 설립하겠다는 등 고교 다양화 정책을 내걸었는데, 임기 5년이 지난 지금 와서 돌아보면 학교가 다양해졌다기보다 결과적으로 ‘특목고-자사고-자율형 공립고-일반고’로 이어지는 새로운 고교 서열이 등장했다는 평가 입니다. 김상곤 :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다양화와 서열화를 구분하지 못했던 점이라고 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교육자가 손을 뗐으면 (이미 한국은) 세계 최고의 입시 제도를 가졌을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더군요. 교육자 대신 시장에 맡겨 놓으면 교육이 잘될 거라는 생각을 일찍부터 품고 있었던 거죠. 김은남 :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야 선택권이 다양해지는 게 뭐가 나쁘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어요. 얼마 전 자사고 설명회를 취재하러 갔는데, 한 부모가 이런 얘기를 해요. “우리 아인 남자아이라 산만해서 일반고에 가면 망한다. 수업 분위기가 좋은 자사고에 꼭 가고 싶다”고요. 이런 부모들을 탓할 수는 없는 거 아닐까요?” 김상곤 :문제는 소위 있는 집 아이여야 이런 학교를 갈 수 있다는 것이겠죠. 등록금만 해도 일반고와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니까요. 특목고는 아예 입시 방식부터 있는 집 아이들에게 유리 하게 되어 있고요. 저는 이런 아이들끼리만 그룹핑을 하겠다는 건 일종의 특권교육적 발상이라고 봅니다. 사실상 소득수준으로 학교별 칸막이를 치겠다는 발상이니까요. (p.47~49)
김은남 :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정책이 워낙 많은 파행을 겪다 보니 박근혜 정부 들어 어느 정도 바로잡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김상곤 : 교육 공약 자체는 기대를 걸 만한 부분이 많았다고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하겠다면서 진로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고, 교육복지 분야에서도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교육기본법을 제정하겠다거나, 초등학교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를 무상으로 지원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제시했죠. 대입제도를 간소화해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고도 했고요. 김은남 : 이런 공약들이 어느 정도 지켜진다고 보시나요? 김상곤 :아직 판단하기에는 좀 이릅니다만 집권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 정부에 걸었던 기대들이 대체로 무산되는 상황 아닌가 싶어요. 지난 국정감사 때 교육부가 제출한 ‘박근혜 대통령 교육 분야 공약사항 이행계획’을 보면, 초·중등 분야 공약 21개 중 8개 공약과 관련된 예산이 2014 년도에 아예 책정되지 않거나 대폭 축소된 것으로 나와요. 특히 초등학교 돌봄교실이나 방과후 학교 무상지원, 고등학교 무상교육의 단계적 실시 등 핵심 정책과 관련해서는 예산이 전혀 책정되지 않거나 전액 미반영된 것으로 나옵니다. (중략) 박근혜 정부가 핵심적으로 제시한 공약들이 후퇴나 퇴행 가능성을 넘어 사실상 파기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합니다). (p.56~57)
김은남 : 외국을 살펴봐도 무상급식을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교육복지 선진국도 마찬가지고요. 김상곤 : 그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들 나라와 비교하기에는 한국은 교육복지 전반이 너무 취약한 상태죠. 한국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은 이미 전혀 새로운 뉴스가 아닙니다. 2011년 한국의 사교육비 규모는 총 20조 1천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6%를 차지 합니다.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죠. 그런데 한국 학부모가 사교육비만 많이 지출하는 게 아니 에요. 공교육비 중에서도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중략) 그렇다고 선진 국에선 보편화한 아동수당 같은 게 있길 하나요? 그것도 아니죠.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무상 급식으로 교육복지의 물꼬를 튼 겁니다. (p.117~118)
김은남 : 처음 무상급식 공약을 들고 나왔을 때 ‘그게 무슨 교육 공약이냐’라는 비판도 많이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무상급식을 넘어 증세까지 얘기하시네요. 김상곤 : 보편적 복지는 교육 양극화가 진행되는 우리 현실에서 공교육 붕괴를 막고 교육정의를 실현할 안전장치가 될 테니까요. 무상급식이 보편적 복지로 가는 문을 열었다면 이제는 복지의 양과 질, 그리고 복지 증세까지를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복지국가 담론이 새롭게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니계수를 보니 한국이 0.353으로 OECD 국가 중 여섯 번째로 불평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통계청 기준에 따른 중산층 비율도 58%로 십 년 전에 비해 10% 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왔더군요. 이렇게 중산층이 붕괴되는 상황에서는 교육복지가 더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평소에 즐겨 쓰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이 가장 좋은 복지라고요. (p.183~184)
김상곤 : 한국 교사들의 질은 매우 우수합니다. 대학 입학 시 성적으로 교사들의 질적 수준을 평가한 <2010 매킨지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SAT(미국의 대학입학자격시험) 하위 50% 수준에서 교사가 충원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반면 한국 교사들은 대입 수능시험 성적이 상위 5% 안에 듭니다. 이 정도면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입니다. 한국과 더불어 3대 교육강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교사 수준이 상위 30%, 핀란드가 상위 20% 남짓합니다. (중략) 바르키 젬스 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교사 신뢰지수는 19위에 불과합니다. 교사가 탐 나는 직업이고 위상도 높은 직업임에는 분명한데 사회적인 신뢰지수는 바닥인 셈입니다. 김은남 : 교사들이 지금 받고 있는 사회적·경제적 대우만큼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들이 지나치게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어요. 김상곤 : 실제로 그렇게 비판받을 만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교사들이 매너리즘이나 무력감에 빠져 있는 이면에는 교사가 전혀 자율성을 발휘할 수 없는 제도나 문화가 놓여 있거든요. 이런 것들을 그대로 둔 채 교사들만 비난 해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교원평가 같은 걸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 에요. 오히려 교사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낼 만한 물꼬만 터주면 학교가 놀랍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혁신학교 같은 경우가 이를 보여준 사례죠. (p.29~31)
김은남 : 혁신학교는 북유럽 모델과는 다르다고 말씀하셨어요. (북유럽과 비교되는) 우리만의 강점이라면 뭘 얘기하시는 거죠? 김상곤 : 일단 교사의 질적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고요. 학부모의 교육적 열정이 굉장히 높다는 것 또한 한국만의 강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구가 많다는 것도 강점이 될 수 있어요. 그만큼 소질과 소양이 풍부한 아이들이 많다는 의미니까요. 김은남 : 학부모들의 열정이라 말씀하셨는데, 그건 자칫하면 치맛바람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요소 아닌가요? 김상곤 : 단지 내 아이에게만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로 학교 활동에 참여한다거나, 선생님에게 물질적 지원을 한다거나 하면 치맛바람으로 흐를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학부모 중에는 건강한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도 많거든요. 이런 분들을 참여시켜 교육 혁신의 주체로 세우게 되면 굉장한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중략) 최근에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학부모 조례도 만들었어요. 아마 학부모 관련 조례를 만든 것은 경기도가 세계적으로도 최초일 것 같습니다. (p.103~104)
김은남 : 교육감으로 재직하는 동안 정치적인 공격도 많이 받으셨죠. 특별히 ‘이건 좀 열 받는데?’ 내지는 ‘이건 좀 아픈데?’ 싶었던 공격이 있었나요? 김상곤 : 학생인권조례가 한창 논란이 됐을 때 보수 언론에서 연일 저를 공격한 일이 있는데, 그 때 좀 화가 났습니다. 학생인권조례를 갖고 비판하고 염려하는 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죠. 그런데 ‘좌파 교육감이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둥 색깔론으로 이 문제를 호도하려 드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교육문제에 색깔론을 들이대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노림수가 분명한 행위라고 봅니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가만 보면, 철저하게 기득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p.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