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자

‘남성 마이너리티’ 자의식의 탄생

천관율 x 정한울 지음 / 시사IN북 펴냄

208개 질문으로 읽는 ‘20대 남자 현상’

‘맥락이 제거된 공정’에 집착하는 90년대생의 등장

20대 남자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왜 그들은 같은 세대 여자에 비해 유독 현 정부를 싫어하고, 젠더 전쟁에 온몸을 던지는가.

천관율 <시사IN> 기자와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이 ‘20대 남자 현상’을 파고들었다. 총 208개 질문으로 구성된 초대형 웹 여론조사를 들고서다. 조사 결과 20대 남자들이 보여준 태도는 다른 그 어떤 세대·성별과도 구별될 만큼 유별났다. 지금 한국의 20대 남자가 공화국 시민으로서 보여주는 독특한 특성에 주목함으로써 우리사회의 미래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 공정, 경쟁, 연애, 결혼, 페미니즘, 성장, 복지 등 각종 이슈에 대한 20대 남자들의 생각을 풍부하고 독창적인 데이터와 해설로 만날 수 있다.

■ 책소개

발단은 대통령 지지율이었다.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간에 대통령 지지율이 다르게 나오는 것은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같은 세대 내에서 남녀간에 대통령 지지율 격차가 20% 포인트 가까이 벌어진 것은 문재인정부 들어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다. ‘20대 남자’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다. 20대 여성에 비해 유독 낮은 20대 남자의 대통령 지지율은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이 책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20대 남자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정치권의 몫이다. 그보다 이 책은 20대 남자들이 보여주는 이같은 반응이 어떤 ‘징후’임에 주목한다. 대부분 90년대생이라 할 수 있는 이들 20대 남자에게 무언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고, 대통령 지지율은 ‘단지 그것이 수면 위로 올라온 최초의 계기’였던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한 것이 젠더 갈등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가 등장한 2015년을 기점으로 5년째 젠더 전쟁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중이다. 강남역 살인사건, 곰탕집 성추행 사건, 이수역 폭행 사건 등 격전지를 바꿔가면서다.

이에 정치권, 언론, 학계 등이 나서 젠더 전쟁의 주축 중 하나인 20대 남자를 분석하는 기사와 담론을 쏟아냈지만 이들이 왜, 어떻게 등장하게 됐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분석은 나오지 않은 채 의견만 분분했다. 이것은 ‘미투’로 상징되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작용일까? 저성장 시대에 따른 좌절 내지는 386으로 상징되는 기성세대에 대한 90년대생의 반발이 이런 형태로 드러난 것일까? 그도 아니면 조국 법무장관 딸 논란에서 드러났듯 공정에 유난히 민감한 세대가 새로 등장한 것일까?

이 책은 그 어떤 예단 없이 이 모든 가설을 대입해 ‘20대 남자 현상’을 읽어내려 했던 작업의 결실이다. 2019년 초 천관율 <시사IN> 기자와 정한울 한국리서치 연구위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웹 여론조사가 기반이 됐다. 조사 문항만 208개에 이르는 초대형 여론조사였다.

당시 조사 결과는 2019년 4~5월 <시사IN>에 3회 연속 커버스토리로 실리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남성 우위는커녕 스스로를 차별받는 ‘마이너리티 집단’으로 여긴다거나, ‘페미니즘은 남녀의 동등한 지위와 기회 부여를 이루려는 운동이다’ 같은 교과서적 명제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표시하는 극단적인 반페미니즘 성향의 20대 남자 집단의 존재가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받았다는 독자들의 반응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주간지의 한정된 지면상 208개 조사 데이터를 충분히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정치권, 학계, 일반 독자로부터 “더 자세한 조사 내용을 알고 싶다” “후속 연구에 원본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다”는 요청이 쏟아진 배경이다. 이에 세상에 나오게 된 이 책은 조사 결과 얻은 데이터를 상세한 수치와 도표로 제시하는 것은 물론 기사가 나간 뒤 쏟아진 독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저자들의 답변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우리사회의 ‘20대 남자 현상’을 완전히 이해하게 됐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자들이 제시한 가설 중 틀린 것으로 판명이 나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라면 최소한 20대 남자들이 집단적인 피해의식이나 ‘여성 혐오’에 사로잡혀 젠더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식의 표피적인 담론은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앞으로 최소한 한 세대 이상 우리사회를 규정하게 될 어떤 문제들에 대해 생산적으로 논쟁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저자 소개

천관율

<시사IN> 기자.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기자가 글 쓰는 직업이라고 잘못 알고 골랐다. 되고 보니 사람 만나는 직업이었다. 2008년부터 기자로 일하면서 주로 정치 기사를 썼다. 하도 낯을 가리니 정치권 네트워크가 경력 대비 알량하다. 데이터 저널리즘을 비교적 일찍 시도해 2011년부터 이런저런 강연 연사로 불려 다녔다. 정작 쓸 줄 아는 프로그램은 워드프로세서 하나다. 의사소통 도구 중에 그나마 멀쩡하게 다루는 도구가 글이다. 영상이 지배하는 시대에도 활자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다닌다. 할 줄 아는 게 그거 하나라 예측이라기보다는 염원에 가깝다. 저서로 <천관율의 줌아웃>이 있다.

정한울

‘늘 새로운 도전’을 모토로 살고 있으며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 리서치 디자이너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04년부터 민간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에서 외교안보센터 부소장, 여론분석센터 부소장, 사무국장을 역임했고 선거와 세대정치, 국가정체성과 안보인식, CSR 분야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연구로는 “보편적 기본소득제에 대한 한국인의 정책선호”, “한국인의 ‘신안보’ 인식: 변화와 지속성”, “한국 사회의 ‘갑질’문화에 대한 경험적 연구”. “대한민국 민족정체성의 변화”, “콘크리트 보수층의 균열: 스윙 보수층의 등장원인과 결과”, “외주민주주의 시대의 여론조사 영향력” 등이 있다.

책 속으로

20대 남자 현상은 그다음 문항에서 드러난다. 한국에서 남성 차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물었다. 20대 여자는 ‘심각하지 않다’ 56.3%로, 미적지근했다. 30세 이상 여자는 더 시큰둥하다. ‘심각하지 않다’가 70.1%다. 남성 차별이란 한국 사회에서 아직 낯선 개념이다. 남자들도 30세 이상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심각하지 않다’가 60.3%로, 오히려 20대 여자보다도 높다. 그런데 20대 남자로 오면 아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심각하지 않다’는 26.8%로 추락하고, ‘심각하다’가 68.7%까지 치솟는다. ‘매우 심각하다’라는 강한 응답만 따로 봐도 30.5%나 된다.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 중에서)

책 속으로

‘여성 고위직 비율 확대 정책에 동의하는지’를 물었다. 한국 사회에서 고위직 여성이 부족한 이유는 여성 내부에 있나 외부에 있나? 외부, 즉 성차별과 유리천장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국가 정책으로 여성 고위직을 늘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30세 이상 남자들은 ‘약간 동의’가 가장 많이 나온다(여자들은 단호하게 동의한다). ‘내부’, 그러니까 여성 자신의 능력이 이유라고 믿는 사람들은 국가 개입이 불공정하다고 믿는다.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은 ‘동의 안 함’ 79.2%로 단연 튄다.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은 여성에게 덮어놓고 가혹하다기보다는, 도움을 받을 자격에 가혹하다. 그러니까 책임이 내부인지 외부인지를 결정하는 경계선이 깐깐하다는 점에서 분명하고 지속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20대 남자 현상은 왜 생겼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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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은 결혼 시장과 같은 사회문화적 권력 관계에서도 남자가 약자라고 느낀다. 법 집행은 정치권력의 노선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권력 관계를 반영하기도 한다. 페미니즘 물결 이후로 법 집행이 ‘남자에게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20대 남자에서 폭발했다.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대표되는 ‘남성 차별적 법 집행’에 대한 분노가 20대남자들 사이에 쌓여가고 있다.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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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권력이 만나는,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이 드러나는 거의 모든 문항에서 20대 남자의 응답은 30세 이상 남자의 응답과 20%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문항이 무엇이든 ‘젠더와 권력’ 문제라면 이 폭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것은 젠더·권력 문제에 일관되게 격하게 반응하는 ‘공고한 정체성 집단’이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 집단의 크기는 20대 남자가 30세 이상 남자보다 20%포인트 정도 더 크다고 예상할 수 있다. (‘반페미니즘 전사들의 탄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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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세대·성별보다도,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은 짝짓기 시장에서 가장 상처받는 집단이다. 이들은 두 질문 모두에서 단연 튀는데, 자기 성별은 가장 이타적으로, 상대방 성별은 가장 이기적으로 평가했다. 즉, 이들은 연애·결혼 시장에서 상대에 대한 불신과 자기 긍정 둘 다 가장 강하다. (중략…) 이러면 연애·결혼 시장에서 불만을 갖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이 피해의식을 민감하게 느끼는 남자일수록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20대 남자 현상은 왜 생겼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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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이중의 착취’가 발생한다. 기성세대에 의한 착취와 여성에 의한 착취가 동시에 쏟아진다고 느끼는 이들이 강고한 정체성 집단으로 뭉친다…이 이중 마이너리티라는 현실에서 기성세대 남성의 점잖은 훈계는 먹혀들지 않는다. 이것은 남녀 갈등인 동시에 세대 갈등이기도 한데, 이 전선에서 기성세대 남성은 애초에 이들의 편이 아니다.
(‘20대 남자 현상은 왜 생겼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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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이란 남성 우위의 권력 구조를 전제로 쓰는 말이었다. 이게 20대 남자의 인식 체계로 오면 근본적으로 뒤집힌다. 남성은 약자다. 재능과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그러니 지금 벌어지는 현상은 역차별이 아니다. 그냥 차별이다.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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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주목한 것은 20대 남자는 다른 세대에 비해 극단적 태도가 강한 집단이 유독 크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 그 자체다. 극단적인 반페미니즘 태도를 보여준 응답자군 25.9%는‘상당한 규모의 군집’이 존재함을 상징적인 숫자로 보여준다. (‘20대 남자 현상, 이렇게 조사했다’ 중에서)

■ 목차

20대 남자를 말하다

  • 1장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
  • 2장 반페미니즘 전사들의 탄생
  • 3장 20대 남자 현상은 왜 생겼나
  • 4장 20대 여자, 그들은 누구인가

20대 남자를 말하다, 그 후

  • 5장 20대 남자 현상, 이렇게 조사했다
  • 6장 우리는 왜 20대 남자에 주목했나
  • 7장 20대 남자, 아직 남아 있는 질문들
  • 부록 그래프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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